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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에 2020년이 중요한 이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12-30 00:18

인도네시아에 2019년은 어느 때보다도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 출발점은 지난 3월 말 개통된 인도네시아의 첫 도심고속철도인 자카르타 MRT 1호선 1단계 구간이었다. 자카르타의 만성적 교통난을 완화시켜 줄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연말 상업 운행을 시작한 LRT(경전철) 1단계 구간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4월 중순에는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선거가 총선 및 지방 선거와 나란히 치러졌다. 재선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8월 하순 행정 수도를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어 11월 하순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수반으로는 처음 한국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최종 타결하기도 했다.

새로운 10년의 닻을 올리는 2020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인도네시아 여기저기서는 들뜸과 설레임이 감지되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분야들도 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 경제의 형성과 발전에 핵심 동력 역할을 해 온 스타트업계도 그중 하나이다. 특히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를 상징하는 선두 주자들을 둘러싼 우울한(?) 소식들이 하나둘씩 들려오고 있다. 바로 각각 기업 가치가 100억달러,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데카콘(decacorn)과 유니콘(unicorn)들의 앞날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는 디지털 경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 2010년대 중반 이래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려 왔다. 동남아시아의 11개 유니콘 중 5곳이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둔 점이 뜨거운 스타트업 열풍을 증명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데카콘 반열에 오른 모빌리티 분야의 고젝(Go-Jek)을 필두로 전자상거래 서비스 업체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 부카라팍(Bukalapak), 온라인 여행 스타트업인 트래블로카(Traveloka)가 유니콘으로서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는 부동산 재벌 리포그룹 산하의 전자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오보(OVO)가 새롭게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자바섬 중부에 위치한 족자카르타의 유명 식당에 마련된 고젝 승·하차 장소.
▲ 자바섬 중부에 위치한 족자카르타의 유명 식당에 마련된 고젝 승·하차 장소.

하지만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와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를 휘청거리게 한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도네시아 유니콘들의 급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이다. 고젝이 얼마 전 자사 앱에서 제공되던 생활형 서비스 고라이프(Go-Life) 대부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고젝은 기존 고객 주문의 약 90%를 차지한 마사지 및 청소 대행을 뺀 고라이프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젝이 총거래액이 아닌 수익성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여기에 리포그룹 역시 최근 보유 중이던 오보 지분의 3분의 2가량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그룹 창업자가 공개적으로 매달 5000만달러 규모의 막대한 투자에 수반되는 현금 고갈 우려를 드러낸 가운데,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이 뒤에 버틴 다나(DANA)와 합병설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9월에는 부카라팍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체 직원의 10% 수준인 250여 명을 해고하고 서비스도 일부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카르타 외곽의 레스토랑에서 오보를 통해 전자결제가 진행되는 모습.
▲ 자카르타 외곽의 레스토랑에서 오보를 통해 전자결제가 진행되는 모습.

지난 몇 년간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는 쏟아지는 투자를 등에 업고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달성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몰두해 온 스타트업들의 기업 가치 거품 논란이 거세지면서 질적 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즉,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눈앞의 성과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미래 성장성을 앞세워 거침없이 질주해 온 인도네시아 유니콘들도 현재 수익성에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몇몇 부문을 제외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를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전망도 일찌감치 흘러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수익성 이슈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에 2020년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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