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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라마단, 인도네시아 사회 봉합 이루어 낼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5-09 22:56
루크만 하킴 사이푸딘 인도네시아 종교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6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됨을 공표했다. 현지에서는 ‘뿌아사’라고 통칭되는 한 달간의 무슬림 금식 기간이 시작된 것.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7일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며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오는 22일로 예정된 대선 개표 최종 결과가 발표되면 또 한차례의 홍역을 치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라마단을 맞아 욕망을 절제하려는 무슬림들의 종교적 노력이 선거로 분열된 사회를 봉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라마단의 시작은 종교 지도자가 초승달을 관측해 발표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히즈리아 칼렌다라고도 불리는 이슬람력은 달의 위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매년 라마단 시작 때마다 종교부와 무슬림 조직의 천문 관측 결과를 애타게 기다린다. 때로는 서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종교부와 무슬림 조직의 라마단이 하루씩 차이나기도 한다. 나들라툴 울라마와 무함마디야로 대변되는 인도네시아 양대 무슬림 조직은 라마단 시작 시기에 맞춰 인도네시아 각처에서 천문 관측을 실시하고 종교부도 올해 34개 주에서 102개의 관측소를 운용했다. 

이슬람력의 1년은 10개월로 이루어져 있어 매년 두 번의 윤달이 있다. 라마단은 아홉 번째 달의 이름. 그 한 달간 태양이 떠 있는 동안 금식하면서 술·담배는 물론 성관계도 삼간다. 또 분노와 상심 같은 감정의 배출마저 자제하며 전방위적인 욕망의 절제를 행한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적잖은 식당과 술집은 물론 퇴폐업소라고 여겨지는 당구장·노래방·마사지 스파들이 문을 닫는다. 낯 시간에 영업하는 식당들은 가림막을 설치해 식사하는 모습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한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해뜨기 전 마지막 식사인 새벽 3~4시 사이의 ‘사후르’를 마친 무슬림들이 새벽 잠에 들었다가 출근길에 지각하는 사태가 속출한다. 일몰 기도를 알리는 이슬람 사원의 아잔 소리와 함께 하루의 금식을 마치는 ‘부까뿌아사’ 또는 ‘이프따르’라고 하는 금식 후 첫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하는 전통으로 인해 오후 4시 경에는 퇴근을 해야 한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조기 출근과 점심 시간 단축을 시행하기도 한다. 오후 6시면 지옥처럼 막히는 자카르타 시내가 갑자기 한산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7일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른 바 있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의 쁘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격돌한 지 불과 20일이 지난 셈. 당시 최대 무슬림 조직인 나들라툴 울라마는 조코위 대통령 지지를 밝혔지만 두 번째로 큰 무슬림 조직 무함마디야는 중립을 선언하며 현직 대통령 지지를 사실상 거부했다. 인도네시아 양대 무슬림 조직의 정치적 입장이 갈린 것.

특히 조코위 대통령이 자카르타 주지사 시절 파트너이자 후임 주지사였던 바수키 짜하야 뿌르나마(일명 아혹)를 2년 전 신성모독죄로 투옥시키는데 앞장섰던 이슬람수호전선(FPI) 등 극우 무슬림은 쁘라보워 후보를 극렬 지지하면서 인도네시아 사회는 극단적 분열 양상을 보였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실시한 표본 개표 결과 조코위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앞서 재선이 유력한 가운데, 2014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전력이 있는 쁘라보워 후보는 이번에도 자신의 승리와 상대방의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헌법상 세속국가지만 2억6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중 80% 이상이 이슬람을 믿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가진 나라다. 화해와 나눔을 표방하는 라마단을 맞아 인도네시아는 당분간 경건하게 보내겠지만 대선 개표 최종 결과가 발표되면 욕망을 절제하려는 무슬림들의 종교적 노력도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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