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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Benedict Anderson의 《상상의 공동체》(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8-06-16 15:50

고전(古典)의 범주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출간 17년 된 벤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Imagined Communities: Reflections on the Original and Spread of Nationalism, 국내에는 윤형숙 교수가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라는 제목으로 소개하였음, 1991년 나남출판)를 고전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의 기원을 논함에 있어서 이 저술이 갖는 변별력과 중요성을 상기할 때 앤더슨이 《상상의 공동체》에서 기표적 어휘를 통하여 전달하는 메시지를 탐구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민족주의를 설명하는데 있어 앤더슨이 홉스봄(Eric J. Hobsbawm), 헤이어스(Carleton J. H. Hayes), 콘(Hans Kohn), 슈어츠(Benjamin Schwartz) 같은 학자들과 구분되는 것은 기존의 학자들이 정치․경제적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앤더슨은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민족주의의 기원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앤더슨에 의하면 민족은 원초적으로 구성되는 자연적 집단이 아니고 문화적으로 구성된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이다. 그는 이전의 종교 공동체나 왕조가 붕괴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로서 민족이 등장하게 된다고 하면서 이 과정에서 인쇄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한 자국어(vernacular) 신문 및 소설 등 출판물의 대량생산이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앤더슨의 글이 기존의 정치학 저술에서 흔히 발견되는 단조로움이나 건조함을 떨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문학, 문화 그리고 정치학을 섭렵한 그의 학문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문화학자로서 앤더슨은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작가인 쁘라무디아(Pramoedya Ananta Toer)의 작품을 번역하거나 작품평을 쓰기도 하고(Reading Modern Indonesian Literature: The Case of Pramoedya's Revenge), 자바의 그림자극, 태국의 정치문화 등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면서 그의 박학다식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일랜드 국적을 지닌 채 코넬대학에서 동남아학(인도네시아와 태국)을 강의하고 있는 앤더슨은 중국의 유난(Yunnan)에서 출생하여 캠브리지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코넬대학에서 인도네시아학을 공부하였다. 앤더슨은 인도네시아를 가장 잘 아는 학자 중 한사람이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인도네시아에 입국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위한 현지방문연구를 하고 있던 중 발생한 <9․30사태>를 목격하고 훗날 맥베이(Ruth T. Mcvey)와 함께 작성한 《인도네시아의 1965년 10월 1일 쿠데타 예비 분석》(A Preliminary Analysis of the October 1, 1965, Coup in Indonesia)이라는 백서가 인도네시아의 신질서 세력에게 불리한 내용이었고 그로 인하여 입국거부자명단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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